접지와 기준점
한 줄 요약 — 접지는 “0 V인 곳”이 아니라 “0 V라고 부르기로 한 곳” 입니다. 이 차이가 측정 회로의 성패를 가릅니다.
접지의 정의
전압은 항상 두 점 사이의 차이입니다 (02). 그런데 회로의 모든 전압을 매번 “A와 B 사이”로 말하면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기준점(fiducial) 하나를 정하고 그것을 0 V라고 부릅니다. 그 기준점이 접지(ground, GND)입니다.
접지는 물리적 성질이 아니라 약속입니다. 회로의 어느 노드든 접지로 지정할 수 있고, 지정하는 순간 다른 모든 노드의 전압 값이 그에 맞춰 정해집니다.
같은 회로, 다른 기준점
9 V 배터리에 저항 두 개를 직렬로 단 회로를 생각합니다.
기준점을 배터리 -에 두면:
| 노드 | 전압 |
|---|---|
배터리 + | +9 V |
| 중간점 | +4.5 V |
배터리 - | 0 V (기준) |
기준점을 중간점에 두면:
| 노드 | 전압 |
|---|---|
배터리 + | +4.5 V |
| 중간점 | 0 V (기준) |
배터리 - | −4.5 V |
회로는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흐르는 전류도 같고 저항에 걸리는 전압도 같습니다. 바뀐 것은 우리가 숫자를 부르는 방식뿐입니다.
💡 이것이 OP앰프에서 양전원(±15 V) 을 만드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전원 두 개를 직렬로 잇고 가운데를 접지로 부르면 됩니다 (7-06).
접지의 종류 — 이름이 다르면 이유가 있습니다
| 이름 | 기호 | 의미 |
|---|---|---|
| 신호 접지 (signal ground) | 삼각형 계단 | 회로 해석의 기준점. 우리가 보통 GND라 부르는 것 |
| 섀시 접지 (chassis ground) | 빗금 상자 | 금속 케이스. 안전과 차폐용 |
| 대지 접지 (earth ground) | 세 줄 | 실제 땅. 콘센트의 접지 핀 |
| 아날로그 접지 (AGND) | 아날로그 회로 전용 기준 | |
| 디지털 접지 (DGND) | 디지털 회로 전용 기준 |
이 셋이 같은 점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서로 다를 때 문제가 생깁니다 → 12-03
실제 접지는 0 V가 아닙니다
여기가 이 장의 진짜 요점입니다.
회로도에서 접지 기호는 전부 하나의 완벽한 등전위 노드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접지도 결국 구리 배선(trace)이고, 구리 배선에는 저항과 인덕턴스(inductance)가 있습니다 (02에서 계산했듯 1 m 구리선이 86 mΩ). 여기에 전류가 흐르면 옴의 법칙에 따라 전압이 생깁니다.
d거리 또는 두께distance or thicknessmI전류currentAL_ 인덕턴스 ()inductance ()HR_ 저항 ()resistance ()Ωt시간timesV_ 전압 ()voltage ()V계산해봅시다
MCU가 100 mA를 소비하고, 접지 배선의 저항이 50 mΩ이라면:
V전압voltageVMCU 쪽 “접지”는 전원 쪽 접지보다 5 mV 높습니다.
디지털 회로에서 5 mV는 아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가 측정하려는 신호가 50 µV라면? 접지의 흔들림이 신호보다 100배 큽니다.
고주파에서는 더 나쁩니다
스위칭이 일어나면 가 커집니다. 배선 인덕턴스가 10 nH이고 전류가 1 ns 만에 10 mA 변한다면:
d거리 또는 두께distance or thicknessmI전류currentAL인덕턴스inductanceHt시간timesV전압voltageV100 mV의 접지 튐(ground bounce) 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16-01에서 멀티플렉싱 스위칭이 µV 신호를 망치는 메커니즘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가 — 원칙 세 가지
1. 접지 전류가 지나는 경로를 의식합니다. 전류는 반드시 돌아옵니다. 어디로 돌아오는지 모르면 접지 설계를 한 게 아닙니다 → 12-05 리턴 패스
2. 큰 전류가 흐르는 접지와 민감한 신호의 접지를 섞지 않습니다. 모터 전류가 흐르는 접지 배선에 센서 기준점을 물리면, 모터 전류가 만든 전압이 그대로 센서 신호에 더해집니다 → 16-05
3. 가능하면 차동으로 측정합니다. 접지가 흔들려도 두 입력이 같이 흔들리면 차동 증폭기가 그 성분을 제거합니다(CMRR) → 12-07
이 세 가지가 12장 전체의 뼈대입니다.
계산 예제 — 접지 저항이 측정을 망치는 경우
전극(electrode)에서 나온 50 µV 신호를 증폭하려 합니다. 같은 PCB에 200 mA를 소비하는 디지털 회로가 있고, 두 회로가 접지 배선을 30 mΩ 구간에서 공유합니다.
디지털 회로의 전류가 200 mA에서 100 mA로 변할 때 공유 구간에 생기는 전압 변화:
Delta I전류 변화량current changeADelta V전압 변화량voltage changeVI전류currentAR저항resistanceΩV전압voltageV신호는 50 µV, 간섭(interference)은 3 mV → 간섭이 신호의 60배입니다. SNR로 표현하면
SNR신호 대 잡음비signal-to-noise ratiodB신호가 완전히 묻힙니다.
해결: 접지를 공유하지 않도록 분리하고(스타 접지), 한 점에서만 만나게 합니다. 또는 차동 측정으로 공통 성분을 제거합니다. 두 방법 모두 12장에서 다룹니다.
⚖️ 부품/구조 트레이드오프
| 선택 | ✅ 좋아지는 것 | ⚠️ 나빠지는 것 |
|---|---|---|
| 그라운드 플레인 (한 층 전체를 접지로) | 임피던스(impedance)임피던스 impedance교류에서의 저항으로, 크기뿐 아니라 전압과 전류의 시간 차이(위상)까지 담은 복소수입니다.자세히 보기 → 최저, 리턴 패스(return path)리턴 패스 return path전류가 되돌아가는 길로, 고주파에서는 최단 거리가 아니라 신호 배선 바로 밑을 따라갑니다.자세히 보기 →가 자동으로 최단 경로, 차폐(shielding)차폐 shielding도체로 감싸 전기장을 막는 것으로, 한쪽 끝만 접지해야 접지 루프가 생기지 않습니다.자세히 보기 → 효과 | 층이 하나 더 필요 → 비용 증가. 플레인(plane)을 잘라먹으면 오히려 악화 |
| 스타 접지 (한 점에서만 만남) | 전류 공유로 인한 간섭 차단(cutoff), 저주파에 효과적 | 배선이 길어져 인덕턴스 증가 → 고주파에서는 오히려 불리 |
| AGND/DGND 분리 | 디지털 노이즈가 아날로그로 안 넘어감 | 분리 지점을 잘못 잡으면 리턴 패스가 끊겨 더 나빠집니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실패하는 부분 |
| 대지 접지 연결 | 안전, 정전기·EMI 배출 경로 | 접지 루프(ground loop)접지 루프 ground loop접지가 두 경로로 이어져 만들어진 고리로, 자기장을 받아 전압을 만들어 냅니다.자세히 보기 → 생성 → 60 Hz 픽업 유입 (12-08) |
⚠️ “AGND와 DGND를 분리해야 한다”는 조언은 널리 퍼져 있지만 잘못 적용하면 성능이 더 나빠집니다. 왜 그런지는 12-05 리턴 패스에서 다룹니다. 결론만 미리 말하면, 대부분의 경우 연속된 그라운드 플레인 하나 + 신중한 배치가 분리보다 낫습니다.
🔌 실제 쓰임새
측정 시스템에서 접지가 등장하는 자리:
| 자리 | 역할 |
|---|---|
| 기준 전극 | 생체 측정에서 신호의 기준점. 이게 흔들리면 모든 채널이 같이 흔들림 |
| 차동 증폭기의 기준 | 입력 두 개의 공통 기준. CMRR의 출발점 |
| ADC의 기준 | ADC는 AGND 기준으로 입력을 읽습니다. ADC 접지가 신호원 접지와 다르면 오차 |
| 차폐 케이스 | 페러데이 케이지. 어디에 접지할지가 성능을 좌우 (12-06) |
|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 프로브 접지 클립 | 여기를 어디에 무는지가 측정 파형을 바꿉니다 (14-02) |
⚠️ 이상과 실제의 차이
| 이상 | 실제 | 결과 |
|---|---|---|
| 접지는 등전위 | 배선 저항·인덕턴스로 전위차 발생 | 그라운드 바운스(ground bounce)그라운드 바운스 ground bounce큰 전류가 접지 배선의 저항·인덕턴스를 지나면서 접지 자체가 출렁이는 현상입니다.자세히 보기 → |
| 접지 기호는 모두 같은 점 |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 전류가 흐름 | 공통 임피던스 결합(common impedance coupling) |
| 접지에는 전류가 없다 | 모든 전류가 접지로 돌아옵니다 | 리턴 패스 설계 필요 |
| 접지는 노이즈가 없다 | 접지 자체가 노이즈 주입 경로 | 차동 측정 필요 |
“접지가 흔들린다”는 개념이 잡히면 12장의 절반은 이해한 것입니다.
연습문제
문제 1. 회로의 어느 노드든 접지로 지정할 수 있다면, 회로 동작이 달라집니까?
exercises/00-05-ground-choice.yaml풀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전류와 소자 양단 전압은 그대로이고, 각 노드에 붙는 숫자만 평행이동합니다.
단, 실제 회로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실제로 어디를 접지에 물리적으로 연결하느냐(어디에 접지 배선을 대느냐)는 접지 전류의 경로를 바꾸므로 성능에 영향을 줍니다. 해석상의 기준점 선택과 물리적 접지 연결은 다른 문제입니다.
문제 2. 접지 배선의 저항이 100 mΩ입니다. 여기에 스피커 구동 전류 500 mA(피크)가 흐릅니다. 같은 배선을 기준으로 삼는 마이크 프리앰프 입력에 얼마의 간섭이 실립니까?
풀이
I전류currentAR저항resistanceΩV전압voltageV50 mV가 프리앰프 입력에 그대로 더해집니다. 마이크 출력이 보통 수 mV 수준이므로, 간섭이 신호보다 10배 이상 큽니다.
이것이 오디오 장비에서 “스피커를 크게 틀면 하울링/험이 생기는” 전형적인 원인입니다. 해결책은 스피커 접지와 프리앰프 접지를 전원 근처 한 점에서만 만나게 하는 것입니다.
문제 3. 오실로스코프로 5 V 전원 레일의 노이즈를 보려고 합니다. 프로브(probe) 접지 클립을 회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물었더니 노이즈가 크게 보입니다. 왜일까요?
exercises/00-05-probe-clip.yaml풀이
두 가지가 겹칩니다.
- 접지 클립까지의 경로가 길어져 그 구간의 접지 전위차가 측정에 포함됩니다. 실제 회로가 보는 노이즈가 아니라, 프로브 경로가 만든 노이즈까지 봅니다.
- 접지 리드가 만드는 루프가 자기장을 받아 전압을 유도합니다. 리드 길이에 비례해 루프 면적(loop area)루프 면적 loop area가는 길과 오는 길이 감싸는 넓이로, 이것이 곧 안테나 크기이므로 좁힐수록 잡음이 줍니다.자세히 보기 →이 커지고, 유도되는 전압도 커집니다. 게다가 이 인덕턴스가 프로브 용량과 공진해 링잉(ringing)을 만듭니다.
해결: 접지 클립을 빼고 스프링형 접지를 써서 측정점 바로 옆 접지에 최단으로 연결합니다. 자세한 것은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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