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화면에서 시작하는 법
한 줄 요약 — 회로도는 부품부터 놓는 것이 아니라 블록의 경계부터 긋습니다. 경계마다 정해야 할 숫자는 딱 세 개(임피던스·레벨·대역)이고, 그 셋이 정해지면 안쪽 부품은 계산으로 따라 나옵니다.
이 문서와 16장의 차이
16장 측정 회로 설계 방법론은 계산 순서입니다 — 신호원을 파악하고, 잡음 예산을 세우고, 가능/불가능을 판정합니다.
이 문서는 그리는 순서입니다. EasyEDA를 켜서 빈 시트를 보고 있을 때, 손을 어디부터 대는가.
둘은 순서대로 이어집니다. 계산을 건너뛰고 그리기 시작하면, 그린 다음에 “이 목표는 애초에 불가능했다”를 알게 됩니다.
처음 하는 일 — 부품이 아니라 경계를 긋는다
빈 시트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OP앰프 심볼을 하나 꺼내 놓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순간부터 그 OP앰프를 중심으로 회로가 자라납니다. 필요해서 놓은 것이 아니라 먼저 놓았기 때문에 쓰게 됩니다.
처음 그릴 것은 심볼이 아니라 네모 다섯 개입니다.
이 다섯 칸은 대상이 전극이든 광다이오드든 스트레인 게이지든 바뀌지 않습니다. 바뀌는 것은 각 칸에 무엇이 들어가는가뿐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부품을 정하지 않습니다. 정하는 것은 칸 사이의 선에 붙는 숫자입니다.
경계에 적는 세 숫자
블록과 블록 사이의 화살표마다 세 가지를 적습니다. 설계에서 실제로 판단이 필요한 지점은 거의 전부 이 세 숫자 중 하나입니다.
| 적는 것 | 무엇을 정하는가 | 틀리면 |
|---|---|---|
| 임피던스 | 왼쪽의 출력 임피던스출력 임피던스 output impedance회로가 부하에 전압을 얼마나 굳건히 유지해 주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낮을수록 부하에 덜 흔들립니다.자세히 보기 →와 오른쪽의 입력 임피던스 | 로딩로딩 loading뒷단이 앞단에서 전류를 끌어가면서 신호가 줄어드는 현상으로, 고임피던스 신호원에서 특히 심합니다.자세히 보기 →으로 신호가 줄어듭니다 |
| 레벨 | 여기를 지나는 신호의 크기(rms·피크) | 포화하거나, 잡음에 묻힙니다 |
| 대역 | 여기서 살아 있어야 하는 주파수 범위 | 느려지거나, 필요 없는 잡음까지 통과합니다 |
예를 들어 전극 → 버퍼 경계는 이렇게 적힙니다.
전극 ──[ 1 MΩ / 50 µVrms / 0.5 ~ 5 kHz ]──► 버퍼
이 한 줄이 버퍼의 사양을 거의 다 정합니다.
- 왼쪽이 1 MΩ이므로 버퍼의 입력 임피던스는 최소 100 MΩ 이어야 합니다 (1% 이내로 로딩하려면 100배). → FET 입력
- 50 µV라는 크기가 입력환산잡음 상한을 정합니다. 5 kHz 대역에서 SNR 20 dB를 원하면 잡음은 5 µVrms 이하, 즉 잡음 밀도 약 70 nV/√Hz 이하.
- 1 MΩ 자체가 이미 열잡음열잡음 thermal noise모든 저항이 온도 때문에 내는 피할 수 없는 잡음으로, 측정의 바닥을 정합니다.자세히 보기 → 128 nV/√Hz를 냅니다. 소자를 아무리 잘 골라도 이 아래로는 못 갑니다. 여기서 목표가 불가능하면 16장 1단계로 돌아갑니다.
핵심: 부품을 고르기 전에 경계의 숫자를 먼저 적습니다. 부품 선택은 그 숫자를 만족하는 것을 찾는 검색 작업이지, 판단이 아닙니다.
각 블록에서 정해지는 값과 그것을 구속하는 것
경계가 정해지면 각 블록 안에서 정할 것이 자동으로 좁혀집니다.
| 블록 | 여기서 정하는 것 | 무엇이 그것을 구속하는가 |
|---|---|---|
| 앞단 (버퍼·보호) | 입력 임피던스, 누설, 입력 용량 | 신호원 임피던스, 요구 대역 |
| 프리앰프 | 첫 단 이득, 소자의 잡음 밀도 | 간섭의 크기(포화), 잡음 목표 |
| 게인단 | 나머지 이득, 단 수 | GBW이득대역폭곱 gain-bandwidth productOP앰프가 낼 수 있는 이득과 대역폭의 곱은 일정하므로, 이득을 키우면 대역이 그만큼 줄어듭니다.자세히 보기 →, 헤드룸 |
| 필터 | 차수, 차단 주파수차단 주파수 cutoff frequency필터의 출력이 입력보다 −3 dB(약 0.707배)로 떨어지는 주파수입니다.자세히 보기 → | 신호 대역, 샘플링률, 잡음 대역 |
| ADC 드라이버 | 출력 임피던스, 정착 시간정착 시간 settling time출력이 목표값의 허용 오차 안으로 들어와 머무를 때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다채널 측정의 속도 상한을 정합니다.자세히 보기 → | 채널 수 × 샘플링률 |
| 전원 | 전압, 전류, 디커플링디커플링 decoupling소자 바로 옆에 둔 커패시터가 순간 전류를 대신 대 주어 전원이 출렁이지 않게 합니다.자세히 보기 → | 각 단의 헤드룸과 소모 전류 |
왼쪽 열은 내가 정하는 것이고, 오른쪽 열은 내가 못 정하는 것입니다. 설계는 오른쪽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왼쪽을 고르는 일입니다. 오른쪽이 왼쪽을 허용하지 않으면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 값을 조금 만지는 것으로는 안 됩니다.
한 블록을 채우는 순서 — 골격 → 값 → 실제 부품
블록 하나를 실제 회로로 바꿀 때도 순서가 있습니다.
1단계 — 골격. 이득이 어디서 나오고 귀환이 어디로 도는지만 그립니다. 값은 아직 적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 잘못된 구조를 잡아내면 나중에 값을 다시 계산할 일이 없습니다.
2단계 — 값. 저항·커패시터의 값을 계산합니다. 비를 먼저, 절대값을 나중에 정합니다. 비반전 증폭기라면 이득 100은 로 정해지고, 이것이 1 kΩ/99 kΩ인지 100 Ω/9.9 kΩ인지는 다른 이유로 정합니다.
- 작게 하면: 저항 열잡음이 줄지만 OP앰프가 더 큰 전류를 흘려야 합니다.
- 크게 하면: 전류는 줄지만 잡음이 커지고, 기생 용량과 만나 대역이 깎입니다.
- 실전 범위는 귀환 저항 1 kΩ ~ 100 kΩ. 이 밖으로 나가려면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3단계 — 실제 부품. E24 계열로 반올림하고, 실제 판매되는 품번으로 바꾸고, 정격을 확인합니다. 반올림하면 옴의 법칙옴의 법칙 Ohm's law저항에 걸리는 전압은 흐르는 전류에 비례하고, 그 비례상수가 저항입니다.자세히 보기 →으로 계산한 값이 조금씩 어긋나므로 어긋나도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을 구분해야 합니다.
| 어긋나도 되는 곳 | 어긋나면 안 되는 곳 |
|---|---|
| 이득 (교정으로 흡수) | 차동 증폭기의 저항 비 (CMRR이 직접 무너짐) |
| 필터 차단 주파수 (여유를 두면 됨) | 기준전압 분압비 |
| 풀업 저항 | 전류 감지 션트 |
언제 되돌아가는가
설계가 막히는 것은 정상입니다. 문제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 막힌 증상 | 돌아갈 곳 |
|---|---|
| 필요한 잡음 목표를 만족하는 OP앰프가 없다 | 신호원 (임피던스를 낮추거나 대역을 좁힌다) |
| 이득을 올리면 대역이 모자란다 | 게인 배분 (한 단에 몰지 말고 나눈다) |
| 대역을 좁히면 신호가 느려진다 | 목표 사양 (정말 그 대역이 필요한가) |
| 채널 수 × 세틀링이 샘플링률을 넘는다 | 구조 (채널마다 앰프를 둘 것인가) |
| 전원 전압에서 헤드룸이 안 나온다 | 레벨 계획 (오프셋을 어디서 뺄 것인가) |
한 칸 앞이 아니라 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돌아갑니다. 잡음이 모자란데 게인단만 만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 잡음은 첫 단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리면서 같이 적어 두는 것
회로도는 나중에 자신이 다시 읽을 문서입니다. 그리는 동안에만 알고 있는 것들을 시트에 남깁니다.
- 넷 이름 —
IN,BUF,AMP,OUT처럼 신호가 지나는 순서대로.NET_0042는 디버깅할 때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습니다. - 경계의 세 숫자 — 위에서 적은 것을 회로도 텍스트로 그대로 붙여 둡니다.
- 테스트 포인트 — 각 단의 출력. 없으면 보드가 온 뒤에 프로브를 댈 곳이 없습니다.
- 디커플링 — 전원 핀마다. 나중에 추가하면 배치가 이미 굳어 있어 멀리 놓게 됩니다.
- 왜 이 값인지 — 한 줄 주석. 6개월 뒤의 자신은 남입니다.
예제로 보기
13장의 전체 신호 체인이 위 순서를 그대로 따라 그려진 회로입니다.
읽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SRC → IN경계: 1 MΩ 전극, 50 µV. 그래서 U1은 FET 입력 버퍼.IN의CIN3 pF: 1 MΩ과 만나 53 kHz 대역 상한. 신호 대역 5 kHz보다 충분히 위 → 통과.BUF → FB2경계: 버퍼 출력이므로 임피던스가 낮아졌고, 여기서부터 이득을 걸어도 됩니다. 1 kΩ/99 kΩ → 이득 100.AMP → OUT:RF·CF로 5 kHz LPF. 잡음 대역을 여기서 닫습니다.
expect 에 이득 40 dB가 적혀 있어 시뮬레이션이 이 판단을 매번 다시 확인합니다.
⚖️ 이 순서를 지키면 잃는 것
| 얻는 것 | 잃는 것 |
|---|---|
| 부품을 고르기 전에 불가능을 알아냅니다 | 첫 회로도가 나오기까지 더 오래 걸립니다 |
| 막혔을 때 돌아갈 곳이 정해져 있습니다 | 간단한 회로에는 과합니다 |
| 회로도가 나중에 읽힙니다 | 문서를 같이 써야 합니다 |
⚠️ LED 하나 켜는 회로에 경계 표를 그리지는 않습니다. 이 순서는 되돌아갈 일이 생기는 규모부터 값을 합니다 — 대략 블록이 셋 이상이거나, 잡음·대역 목표가 숫자로 적혀 있을 때입니다.
🔌 실제 쓰임새
- PCB를 발주하기 전 — 경계의 세 숫자가 다 적혀 있는지가 마지막 검토 항목입니다.
- 남의 회로도를 읽을 때 — 같은 순서로 경계를 그어 보면 그 설계자가 무엇을 구속으로 봤는지 드러납니다.
- AI에게 회로를 부탁할 때 — “OP앰프 회로 만들어 줘”가 아니라 경계의 세 숫자를 주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17-05).
연습문제
1. 광다이오드(암전류 1 nA, 신호 광전류 10 nA ~ 1 µA, 접합 용량 50 pF)를 12비트 ADC로 읽으려 합니다. 다섯 칸 블록도를 그리고 각 경계에 세 숫자를 적으세요.
exercises/18-00-photodiode-frontend.yaml풀이
경계의 세 숫자:
| 경계 | 임피던스 | 레벨 | 대역 |
|---|---|---|---|
| PD → TIA | 매우 높음 (전류원) + 50 pF | 10 nA ~ 1 µA | DC ~ 목표 대역 |
| TIA → 게인 | 낮음 (OP앰프 출력) | 이면 10 mV ~ 1 V | TIA 대역이 상한 |
| 게인 → LPF | 낮음 | 0 ~ 3.3 V (풀스케일) | 같음 |
| LPF → ADC | 드라이버 필요 | 0 ~ 3.3 V | 샘플링률/2 미만 |
첫 경계가 전부를 정합니다. 신호가 100배 범위(10 nA ~ 1 µA)이므로 12비트로는 빠듯합니다 — 1 µA를 풀스케일에 맞추면 10 nA는 LSB, 즉 가장 작은 신호에 약 5.4비트밖에 남지 않습니다. 여기서 이미 “게인을 전환할 것인가, 로그 압축할 것인가, 16비트로 갈 것인가”라는 구조 결정이 나옵니다. 이것이 그리기 전에 알아야 할 것입니다.
TIA 자세히 → 16-02 아날로그 프론트엔드 3종
2. 비반전 증폭기의 이득을 100으로 정했습니다. 귀환 저항을 (a) 100 Ω/9.9 kΩ (b) 1 kΩ/99 kΩ (c) 10 kΩ/990 kΩ 중에서 고르는 기준을 세 가지 적으세요.
exercises/18-00-feedback-choice.yaml풀이
기준 1 — 잡음. 저항 열잡음은 이므로 (a)가 가장 조용합니다. 990 kΩ은 128 nV/√Hz, 99 kΩ은 40 nV/√Hz, 9.9 kΩ은 12.8 nV/√Hz. 저잡음 OP앰프(3 nV/√Hz)를 쓴다면 (c)에서는 저항이 소자보다 40배 시끄러워 소자를 잘 고른 의미가 사라집니다.
기준 2 — OP앰프가 흘려야 하는 전류. 출력 10 V일 때 귀환 경로로 흐르는 전류는 (a) 1 mA, (b) 100 µA, (c) 10 µA. (a)는 출력 전류 능력이 작은 저전력 OP앰프에서 왜곡을 만듭니다.
기준 3 — 기생 용량. 귀환 저항과 병렬로 붙는 기생 용량 0.5 pF는 (c)에서 kHz의 극점을 만듭니다. (b)에서는 3.2 MHz, (a)에서는 32 MHz. 고임피던스일수록 대역이 먼저 깎입니다.
일반적으로 (b) 가 셋 다 무난한 지점이고, 그래서 귀환 저항이 1 k ~ 100 kΩ에 몰려 있습니다. 저잡음이 절대 기준이면 (a)로, 소모 전류가 절대 기준이면 (c)로 갑니다.
3. 다음은 어디로 돌아가야 합니까? “8채널을 각각 1 kHz로 읽어야 하는데, 멀티플렉서 뒤 앰프의 정착 시간이 200 µs라서 8 × 200 µs = 1.6 ms > 1 ms 입니다.”
exercises/18-00-settling-budget.yaml풀이
구조로 돌아갑니다. 값을 만져서 나오는 숫자가 아닙니다.
선택지는 셋입니다.
- 채널마다 앰프를 둔다 — 멀티플렉서를 앰프 뒤로 옮기면 세틀링이 병렬로 일어납니다. 부품이 8배.
- 세틀링을 줄인다 — 앰프의 대역을 넓히거나(전력·잡음 증가), 멀티플렉서 뒤의 용량을 줄입니다. 세틀링은 로 분해능에 로그로만 붙습니다. 12비트는 , 10비트는 — 두 비트를 버려도 15%밖에 안 줄어듭니다 (1.6 ms → 1.35 ms). 여전히 부족합니다.
- 샘플링률이나 채널 수를 줄인다 — 목표 사양으로 돌아갑니다.
숫자를 보면 1.6배 모자라므로 2번만으로는 절대 안 되고, 1번 아니면 3번입니다. 이 판정이 회로도를 그리기 전에 나와야 8채널짜리 보드를 만들고 나서 알게 되는 일이 없습니다.
자세히 → 16-01 액티브 어레이 리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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